KBS 1TV '대운을 잡아라': 손창민·선우재덕·박상면이 빚어낸 121회차 인생 역전기
지난 2025년 4월부터 10월까지 우리의 저녁 밥상을 책임졌던 '대운을 잡아라'가 막을 내린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돈 많은 친구, 돈 없는 친구, 그리고 간절하게 부자가 되고 싶은 세 친구의 파란만장한 성장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죠. "인생은 한 방"을 외치는 현실적인 욕망과 그 속에 숨겨진 가족들의 눈물겨운 희생을 보고 있자면, 리모컨을 쥐고 화를 내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곤 했습니다. 121부작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무철(손창민), 대식(선우재덕), 규태(박상면) 세 남자의 서사와 그 주변 인물들이 보여준 리얼한 삶의 현장을 오늘 제대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1. 손창민-선우재덕-박상면: 중년판 '삼총사'가 보여준 눈물겨운 우정과 갈등
이 극의 중심축은 단연 손창민, 선우재덕, 박상면 세 배우가 연기한 동갑내기 친구들의 케미스트리입니다. 한때는 같은 꿈을 꿨지만 세월이 흐르며 각기 다른 경제적 처지에 놓인 이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초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까 두려워하는 무철과, 시한부 판정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도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대식의 갈등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죠. 특히 선우재덕 배우가 보여준 대식의 부성애는 "내일 죽더라도 오늘 자식들 밥벌이는 챙겨야 한다"는 처절한 현실을 보여주며 매회 화제가 되었습니다. 박상면 배우가 맡은 규태 역시 특유의 유머러스함 속에 숨겨진 인간미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단순히 '착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돈 앞에서 치졸해지기도 하고, 친구의 성공에 배가 아파 잠을 못 이루기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유머러스하게 비유하자면, 이들의 우정은 잘 익은 김치찌개 같아서 가끔은 맵고 짜지만 결국은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든든한 한 끼와 같았죠. 무철이 대식의 병세를 모르고 날을 세울 때마다 시청자들은 "제발 둘이 화해 좀 해!"라며 안방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각자의 상처와 열등감을 극복하고 진정한 '대운'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중년 남성들의 성장기는, 2025년 방영된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유독 짙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2. 미자-혜숙-금옥: 드라마를 지탱한 강인한 어머니들의 위대한 생활력
세 남자의 철없는 전쟁(?) 뒤에는 이아현, 오영실, 안연홍 세 배우가 연기한 강인한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사고를 수습하고 자식들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대운을 잡아라'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시사합니다. 특히 혜숙(오영실 분)이 남편 대식의 시한부 소식을 접하고 무너지는 장면이나, 미자(이아현 분)가 무철의 과거를 걱정하며 보여준 섬세한 내면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안연홍 배우의 금옥 역시 규태와의 티격태격 케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쉼표 같은 웃음을 선사했죠. 이들은 단순히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행복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현대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이 보여준 '짠내 나는' 생활 밀착형 연기는 극의 현실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시장 바닥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 애쓰는 모습이나, 자식의 성공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는 연출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죠. 비평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드라마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중견 여배우들의 노련한 완급 조절을 통해 경쾌하게 풀어냈습니다. 유머 한마디 섞자면, 이 어머니들의 정보력과 행동력은 웬만한 정보기관 요원들보다 뛰어났고, 그들의 등짝 스매싱은 빌런들의 음모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졌습니다. 이처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낸 에피소드들은 6개월이라는 방영 기간 동안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들어 매는 강력한 자석이 되었습니다.
3. 2026년 우리가 다시 이 드라마를 되새겨야 할 이유
방영이 종료된 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대운을 잡아라'가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우리가 쫓는 '운'의 실체를 명확히 짚어냈기 때문입니다. 극 중 인물들은 로또 같은 횡재나 거대한 비자금을 대운이라 믿었지만, 121회에 달하는 여정 끝에 발견한 진짜 보물은 결국 옆에 있는 사람과 건강, 그리고 소박한 일상이었습니다. 2025년 가을, 대식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렸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2026년 현재의 세태 속에서, 인간의 체취가 묻어나는 이 드라마의 서사는 역설적으로 가장 귀중한 기록물이 되었습니다. 박서진의 '터졌네'와 김다현의 '행운을 드립니다'라는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느꼈던 그 따스한 감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세대 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매우 세련되게 묘사했습니다. 부모 세대의 고뇌를 자식 세대가 이해하고, 자식들의 방황을 부모가 품어주는 전개는 각박한 한국 사회에 필요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자면, "돈벼락보다 무서운 건 가족끼리 등 돌리고 사는 것"이라는 진리를 121번의 복습을 통해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켜 준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대운을 잡아라'는 우리에게 '운'이란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자에게 머무는 것임을 증명했습니다. 2026년 한 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드라마가 남긴 따뜻한 행운의 기운이 닿아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찾는 대운은 어쩌면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마주 앉은 식탁 위에 이미 놓여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