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고 분노하다! 박찬욱 감독의 블랙코미디 '어쩔수가없다' 솔직 리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왔습니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라 기대감이 정말 컸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역시 박찬욱!'이라는 감탄과 동시에 무거운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교차하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재밌다'고 하기엔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하기엔 너무 웃긴,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이었습니다.

1. 감독, 원작, 그리고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
압도적인 캐스팅, 믿고 보는 조합!
'어쩔수가없다'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로,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합니다. 여기에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압도적인 배우진이 총출동하며 그야말로 '연기 차력쇼'를 선보이죠. 특히,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 역을 맡은 이병헌 배우의 처절한 연기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행복한 가장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의 감정선을 이토록 입체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요? 그의 눈빛 하나하나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습니다.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의 손예진 배우 또한 인상적입니다. 남편의 실직이라는 위기 앞에서 가정을 지키려는 강인함과, 점차 무너져가는 남편을 보며 느끼는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그려냈어요. 만수와 마찬가지로 구직자 신세인 '구범모' 역의 이성민, 그의 아내 '이아라' 역의 염혜란 배우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은 씁쓸한 웃음과 깊은 공감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이 배우들이 없었다면 이 블랙 코미디의 농도 짙은 현실감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2. 줄거리: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 빚어낸 비극적 유머
영화의 시작은 평화롭습니다. 만수는 '다 이루었다'고 스스로 만족할 만큼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죠. 25년간 몸담았던 제지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요.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한 마디가 만수의 세상을 산산조각 냅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재취업을 다짐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의 나이와 경력을 족쇄로 만들 뿐입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예고편)
좌절 끝에 만수가 내린 결심은 바로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비뚤어진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 여기서부터 영화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잔혹하면서도 기괴하게 웃긴 블랙 코미디로 변모합니다. 만수가 필사적으로 재취업을 원하는 '문 제지'의 자리는 하나인데, 경쟁자는 너무 많았던 거죠. 그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만들어낸 피해자이자, 동시에 스스로 비극을 초래하는 가해자가 되어버립니다. 이 처절한 아이러니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3. 관람객 반응: 웃음 뒤에 숨겨진 씁쓸함
공감 100%: 중년 가장의 몰락
만수의 모습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중년 가장입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시대의 흐름과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1년 넘게 재취업에 실패하고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는 만수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겨우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 장면에서는 스크린 밖의 관객들까지 함께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습니다.
🔥 만수가 면접에서 굴욕을 당하는 장면, 아내와 넷플릭스 해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등은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현대인의 비애를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나이와 경력은 오히려 족쇄가 된다"는 대사가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블랙 코미디의 불편한 유머
박찬욱 감독은 이 무거운 주제를 결코 밋밋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살인을 저지르는 만수의 행위는 분명 잔혹하지만, 이를 둘러싼 상황과 만수의 어설픈 모습은 역설적으로 웃음을 유발합니다. 살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엉성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 그리고 만수와 아내 미리(손예진)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나누는 지극히 일상적인 부부 싸움 대사들은 정말 배꼽을 잡게 만들죠. 예를 들어, 살인 후 집으로 돌아온 만수와 아내가 집안일이나 자녀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가장 웃긴 동시에 가장 슬픈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웃음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관객들은 만수의 행동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뒤에 숨은 나약함과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웃으면서도 씁쓸함을 느낍니다. "광적으로 유쾌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작품"이라는 해외 평단의 찬사처럼, 이 영화는 웃음과 비극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줄타기를 완벽하게 해냅니다.
4. 감독의 시선: 만수에게 보내는 연민과 조소
감각적인 미장센과 상징적 연출
박찬욱 감독 특유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미장센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만수가 일하는 제지 공장의 차갑고 웅장한 풍경, 그리고 그의 행복했던 과거 집과 몰락 후의 공간 대비는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특히, 영화 곳곳에 배치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들은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만 전달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만수가 '다 이루었다'고 중얼거리며 장어를 굽는 평화로운 장면은, 이후 닥쳐올 비극을 예고하는 불길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푸른 멍 같은 신자유주의의 잔혹함을 짙은 녹색과 갈색의 묵직한 톤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화면의 색감, 구도, 소품 하나하나가 장인의 손길로 조형한 예술품처럼 느껴져, 관람 내내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결말에 대한 감정선: 해소인가, 체념인가?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만수가 저지른 일에 대한 해소 방식이 다소 "스르륵 돼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쉽다고 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결말이 이 시대의 '어쩔 수가 없는' 체념의 언어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구조의 모순 앞에서 한 개인의 발버둥은 결국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처럼 희미하게 끝나버릴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만수가 마지막까지 "어쩔 수가 없다"고 되뇌는 모습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나약함과 동시에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모든 이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경쟁 사회의 불안과 을과 을의 싸움을 정면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씁쓸한 숙제를 남깁니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짙은 풍자극을 원한다면 GO★
👍 관람 포인트:
- 박찬욱 감독의 독창적인 미장센과 연출: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동시에 잔혹한 영상미!
- 이병헌 배우의 처절한 '연기 차력쇼': 만수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됩니다.
- 씁쓸하게 웃기는 블랙 코미디: 현실 풍자의 날카로움과 예측 불가능한 유머의 조화!
- 깊은 사회적 메시지: 현대인의 불안과 구조적 모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닙니다. 폭발적인 연기와 감각적인 연출로 무장한 이 작품은 웃음 속에 비극을, 유머 속에 날카로운 비판을 숨겨둔 걸작입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를 사랑하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짙은 풍자극을 원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곱씹게 될, 여운이 깊은 작품입니다.
지금 당장 극장에서 이 '어쩔 수가 없다' 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